Paper note

마르는 유동성의 값

시장 전체의 유동성이 마를 때 크게 흔들리는 주식일수록 더 높은 평균 수익을 요구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2003Liquidityreadingadvanced
유동성 위험의 직관: 시장이 마를 때 더 민감한 종목이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는 관계 (개념 도식).

In Plain Terms

시장에는 돈이 잘 도는 시기가 있고, 갑자기 거래가 얼어붙는 시기가 있습니다. 후자를 흔히 유동성이 마른다고 표현해요. 팔고 싶어도 사줄 사람이 없어 값을 크게 깎아야만 겨우 거래가 되는 상황입니다.

이 논문은 개별 종목이 거래하기 쉬운지를 넘어, 시장 전체의 유동성이 마르는 순간에 어떤 주식이 특히 크게 흔들리는지를 봅니다. 그리고 그렇게 예민한 주식일수록 평소 더 높은 수익을 요구받는다고 말해요. 유동성을 종목의 성질이 아니라 시장 전체에 걸린 하나의 위험으로 다룬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The Strategy

Pástor와 Stambaugh의 출발점은 시장 전체의 유동성이 얼마나 좋아지고 나빠지는지를 재는 지표를 만드는 일이었어요. 이들은 개별 종목의 일별 데이터에서 “거래량(주문 흐름)이 다음 날 가격을 얼마나 되돌리는가”를 측정합니다. 유동성이 낮을수록 같은 거래량이 더 큰 가격 반전을 일으킨다는 아이디어예요. 이 개별 측정치를 시장 전체로 평균 내 매월 하나의 시장 유동성 지표를 얻습니다.

그다음 개별 종목이 이 시장 유동성의 예상치 못한 변화(충격)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즉 각 종목의 유동성 베타를 추정합니다. 이 민감도를 기준으로 종목을 10개 분위로 줄 세운 뒤, 유동성 충격에 가장 민감한 집단과 가장 둔감한 집단의 이후 평균 수익을 비교했어요.

경제적 직관은 이렇습니다. 시장이 얼어붙는 바로 그 순간에 함께 무너지는 주식은 최악의 타이밍에 손실을 안깁니다. 사람들은 그런 자산을 싫어하므로, 그 위험을 떠안는 대가로 더 높은 평균 수익을 요구해요. 이렇게 유동성은 수익률을 설명하는 시장 전체의 팩터이자 하나의 위험 프리미엄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저자들은 실제로 매매 가능한 형태의 유동성 팩터(traded factor)와 매매 불가능한 지표(non-traded)를 함께 제시했습니다.

Reality Test

논문의 대표 표본은 미국 주식 기준 약 1966년–1999년의 34년 구간입니다. 이 기간에서 유동성 충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주식은 낮은 주식보다 평균적으로 연 약 7.5% 더 높은 수익을 냈어요. 이 수치는 시장·규모·가치·모멘텀 노출을 모두 조정하고 남은 차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다만 이는 특정 시장·특정 표본 안에서(in-sample) 측정된, 거래비용을 빼기 전의 총수익 기준이라는 단서를 계속 염두에 둬야 해요.

흥미로운 부수 결과도 있었습니다. 저자들은 같은 34년 구간에서 모멘텀 전략 수익의 약 절반이 이 유동성 위험 노출로 설명된다고 보고했어요. 모멘텀 승자들이 유동성 위험을 더 많이 지고 있었다는 뜻으로, 유동성 팩터가 다른 이례 현상과도 얽혀 있음을 보여줍니다.

발표 이후 검증은 오히려 잘 버틴 편입니다. Critical Finance Review가 의뢰한 복제 연구들(Li·Novy-Marx·Velikov, Pontiff·Singla)은 원 논문의 시장 유동성 지표를 대체로 재현했고, 저자들이 2019년 후속 논문 “Liquidity Risk After 20 Years”에서 정리한 바에 따르면 원 표본 이후 구간에서 유동성 위험 프리미엄 추정치는 오히려 더 커졌습니다. 같은 지표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뚜렷한 급락을 보여, 위기와 유동성이 함께 마른다는 직관과도 맞아떨어졌어요. 즉 데이터 스누핑이나 우연이라는 반론은 이 팩터에서 비교적 약한 편입니다.

유동성이 마르는 순간: 위기 국면에서 지표가 급락하고 민감한 종목이 함께 무너지는 구조 (개념 도식).

Pain Points

첫째, 이 프리미엄은 성질상 잡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보상의 원천이 곧 “가장 팔기 힘든 순간에 크게 무너진다”는 사실이기 때문이에요. 연 약 7.5%라는 숫자는 바로 그 고통스러운 구간을 팔지 않고 끝까지 견딘 사람에게만 돌아가는 이론상의 대가입니다. 2008년처럼 지표가 급락하는 국면에서는 이 위험이 실제 손실로 현실화되고, 그때가 바로 대부분의 투자자가 버티지 못하고 파는 순간이에요.

둘째, 유동성 베타를 정확히 측정하고 그 기준으로 종목을 골라 롱-숏 포트폴리오를 굴리는 일은 개인에게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민감도가 높은 종목일수록 소형·저유동성 종목에 몰리기 쉬운데, 이런 종목은 매수·매도 호가 차이회전율에 따른 거래비용이 특히 큽니다. 논문의 7.5%는 이 비용을 빼기 전 총수익이라, 개인의 순수익과 논문 숫자 사이의 간극은 다른 팩터보다도 크게 벌어지기 쉬워요.

셋째, 백테스트에 찍힌 프리미엄과 실제 실행 사이의 거리입니다. 이 팩터를 그대로 담는 대중적인 ETF 상품은 사실상 없고, 매매 가능한 형태로 재현하려 해도 유동성이 마르는 바로 그 순간에 원하는 값에 체결하기가 가장 어렵습니다. 위기 때 침착하게 버티는 심리적 부담은 최대낙폭 숫자에도 잘 잡히지 않고요.

How It Connects Here

이 노트는 이 사이트가 유동성을 개별 종목이 아니라 시장 전체의 위험으로 다룰 때 근거로 삼는 글입니다. 개별 종목의 비유동성을 다룬 연구, 그리고 유동성이 절반쯤 설명한다는 모멘텀 노트와 나란히 놓으면 유동성이라는 개념이 여러 층위에서 어떻게 위험이 되는지가 함께 보여요.

The Verdict

유동성 위험은 실재하고, 발표 후와 위기 국면에서도 살아남은 설득력 있는 프리미엄입니다. 연 약 7.5%라는 숫자도 in-sample·거래비용 이전이라는 단서를 감안하더라도 무시하기 어려운 크기예요.

그러나 그 보상을 얻으려면 시장이 가장 얼어붙은 순간을 팔지 않고 버텨야 합니다. 바로 그 순간을 견디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렵고, 개인에게는 측정·비용·심리 어느 쪽으로도 실현하기 힘든 프리미엄이에요. 그 인내가 Buy and Hold보다 쉬운지가 진짜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