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note

덜 흔들려도 안 지는 포트폴리오

변동성이 낮은 주식 묶음이 위험 대비로 시가총액 지수를 오히려 앞선, 저변동성 이야기의 초기 단서입니다.

1991Low Volatilityreadingintermediate
덜 흔들려도 뒤지지 않는 경로 (개념 도식).

In Plain Terms

우리는 흔히 “더 크게 흔들리는 주식이 더 큰 보상을 준다”고 배웁니다. 위험을 감수해야 그만큼 수익이 따라온다는,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M)의 교과서적 논리예요. 위험이 높을수록 기대수익도 높아야 한다는 우상향 직선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 논문의 저자들은 실제 데이터에서 다른 그림을 봤어요. 변동성이 낮은 주식들로 신중하게 짠 포트폴리오가, 위험을 감안하면 시장 전체를 담은 시가총액 가중 지수에 밀리지 않거나 오히려 앞섰다는 겁니다. 제목이 “시가총액 가중 포트폴리오의 효율적 시장 비효율성”인 이유가 여기 있어요. 모두가 효율적이라 믿는 시장 지수가, 사실은 위험 대비로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도발이었습니다.

The Strategy

논문이 제안한 방법은 종목을 눈대중으로 고르는 게 아니라 최소분산 포트폴리오(minimum variance portfolio) 를 수학적으로 푸는 것입니다. 뼈대는 이래요. 먼저 미국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약 1,000개 종목을 대상 우주로 잡습니다. 그다음 과거 약 24개월의 월별 수익률로 종목들의 변동성과 서로 간의 상관관계를 담은 공분산 행렬을 추정해요.

이 공분산을 입력으로, 포트폴리오 전체의 변동이 가장 작아지도록 비중을 최적화합니다. 개별 종목이 아무리 출렁여도,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조합을 잘 엮으면 묶음 전체의 흔들림은 줄어든다는 분산투자의 원리를 극단까지 밀어붙인 거예요. 이렇게 짠 저변동 묶음을 분기마다 다시 구성하면서, 시가총액 가중 지수(Wilshire 5000)를 벤치마크로 두고 비교합니다.

핵심 비교 잣대는 단순 수익률이 아니라 위험 대비 성과, 즉 샤프 지수 같은 관점이에요. 같은 위험에서 더 나은 결과냐, 더 낮은 위험에서 비슷한 결과냐를 보는 것이죠. 만약 시장 지수가 정말 효율적이라면 최소분산 묶음은 위험을 낮추는 대가로 수익도 낮아져야 합니다 —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는 게 이 논문의 주장이에요.

Reality Test

표본은 미국 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약 1,000개 종목을 대상으로 한 1972년–1989년 구간입니다. 과거 24개월 공분산으로 분기마다 최소분산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이를 Wilshire 5000 지수와 나란히 놓았어요. 결과적으로 최소분산 묶음은 시장 지수보다 변동성이 더 낮으면서 수익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게 나왔습니다. 위험을 덜 지면 수익도 덜 나야 한다는 CAPM의 예측과 정면으로 어긋난 관측이었죠. 다만 이 결과는 미국이라는 단일 시장의 1972–1989년 한 구간에서 나온 시뮬레이션이고, 회전율을 연 약 30%로 통제하고 왕복 거래비용 2%를 가정한 조건에서 측정된 값이라는 점은 계속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이게 우연한 한 번의 관측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해요. 같은 저자(Haugen)가 참여한 더 이른 연구 Haugen·Heins(1972)는 1926년–1971년이라는 훨씬 긴 구간에서도 위험이 높다고 수익이 더 붙지는 않는다는, 같은 방향의 “위험에 대한 음(−)의 보상”을 이미 보고했습니다. 즉 이 논문은 반세기 가까이 되풀이된 패턴 위에 최소분산이라는 구체적 구현을 얹은 셈이에요.

발표 이후 표본 밖(out-of-sample)·국제적 검증도 뒤따랐습니다. 저자들 스스로 후속 연구 Baker·Haugen(2012)에서 1990년–2011년 표본, 조사 가능한 33개 시장(선진 21개 + 신흥 12개) 전부에서 저위험 주식이 고위험 주식을 앞선다고 보고하며 이 현상이 미국·특정 시기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였어요. 관련 계열 연구인 Blitz·van Vliet(2007) 역시 1986년–2006년 글로벌 표본에서 저변동성과 고변동성 구간의 성과 차이(알파)를 약 12% 로 기록했습니다. “여전히 관측되는 견고한 이례 현상이되, 원 논문의 크기를 그대로 재현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가 균형 잡힌 요약이에요.

시장 지수보다 왼쪽에 놓인 최소분산 점: 더 낮은 위험, 뒤지지 않는 수익 (개념 도식).

Pain Points

(1) 추정의 불안정성과 과최적화. 최소분산 방식의 심장은 공분산 행렬인데, 1,000개 종목의 공분산은 추정해야 할 값이 수십만 개에 이릅니다. 그걸 고작 24개월치 데이터로 채워 넣으면 추정이 불안정하고 과거에 과하게 맞춰질(overfitting) 위험이 커요. 이렇게 과최적화된 비중은 표본 밖에서 무너지기 쉽고, 화면상 백테스트 숫자가 실제로 재현될지에 데이터 스누핑의 그림자가 남습니다.

(2) 쏠림과 회전율·비용. 변동을 최소화하다 보면 비중이 유틸리티·필수소비재 같은 소수의 조용한 산업과 종목에 심하게 쏠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쏠림을 관리하려면 분기마다 리밸런싱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회전율거래비용이 수익을 갉아먹어요. 논문은 회전율을 연 약 30%로 묶고 왕복 2%의 거래비용을 이미 반영했지만, 실제 회전율과 비용은 특히 개인이나 큰 규모에서 그보다 높아질 수 있어, 손에 쥐는 순수익과의 간극이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

(3) “저위험”이 “무손실”은 아니다. 이름과 달리 저변동성 묶음도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 함께 깊이 내려갑니다. 같은 계열의 Blitz·van Vliet(2007) 기록에서 저변동성 롱온리 구간(D1)은 무위험 대비 연 약 7.3%의 초과수익, 변동성 약 10.1%, 샤프지수 약 0.72라는 매력적인 프로필을 보였지만, 최대낙폭약 −26% 에 달했어요. 위험을 낮췄다는 말이 하락을 겪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게다가 이런 최적화 도구는 기관의 영역이라, 개인이 접근하는 저변동성 상품은 대개 논문의 최소분산 최적화가 아니라 그것을 근사한 별개 성격의 규칙 기반 지수라는 점도 간극으로 남습니다.

How It Connects Here

이 논문은 “위험과 수익이 늘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이 사이트의 반복 주제를 이른 시기에 보여준 사례로, 고유 변동성 수수께끼 노트와 함께 읽으면 저변동성 계열의 큰 그림이 잡힙니다. 흥미로운 초기 관측이 곧바로 개인용 전략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모멘텀 노트가 던지는 “신호는 진짜인데 개인이 이걸 끝까지 버틸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도 이어져요.

The Verdict

저변동성 결과는 직관을 흔든 중요한 관측이고, 1970년대의 미국 표본에서 2010년대의 33개 시장까지 방향이 꽤 일관되게 재확인된 견고한 이례 현상입니다. 그 자체로는 “더 흔들리는 것이 반드시 더 벌어준다”는 믿음을 내려놓게 만드는, 학문적으로 값진 발견이에요.

그러나 그 발견이 곧 개인이 따라 하기 쉬운 전략은 아닙니다. 공분산 추정의 불안정성, 소수 섹터로의 쏠림, 분기 리밸런싱의 회전율과 비용, 그리고 저위험이라는 이름 뒤에도 약 −26%의 낙폭이 깔려 있다는 사실이 겹겹이 부담으로 남아요. 단순히 시장 지수를 사서 오래 들고 가는 방식(Buy and Hold)과 견주면, 최소분산의 위험 대비 우위는 논문의 시뮬레이션 위에서 빛나되 실제 순수익과 실행의 문턱에서 상당 부분 희석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취할 교훈은 조용한 자산을 견디는 힘을 과소평가하지 않되, 화면 속 최적화 곡선이 실제 통장 곡선과 같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는 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