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note
위험 하나로 수익을 설명한 모형
기대수익은 시장과 함께 흔들리는 정도만큼 주어진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주장입니다.
In Plain Terms
앞선 포트폴리오 이론은 “잘 섞으면 위험이 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남는 질문이 생겨요. 아무리 잘 섞어도 사라지지 않는 위험은 무엇이고, 시장은 그 위험에 얼마의 보상을 줄까요. 이 모형의 답은 간결합니다. 분산으로 없앨 수 있는 위험에는 보상이 없고, 시장 전체와 함께 움직여서 피할 수 없는 위험에만 보상이 붙는다는 것이에요.
이 아이디어를 담은 Sharpe의 1964년 논문은 현대 재무학의 주춧돌이 되었고, 저자는 1990년에 Markowitz·Miller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오늘날 “이 투자가 시장 위험 대비 잘한 것인가”를 따질 때 쓰는 사고틀 대부분이 여기서 출발해요.
The Strategy
엄밀히 말하면 이 논문은 사고파는 전략이 아니라 시장이 균형 상태일 때 가격이 어떻게 정해지는가를 설명하는 모형입니다. 핵심 개념이 베타예요. 베타는 어떤 자산이 시장이 움직일 때 얼마나 함께 움직이는지를 나타냅니다. 베타가 크면 시장의 출렁임을 더 크게 겪고, 그만큼 더 높은 기대수익을 요구받는다는 논리입니다.
식으로는 “무위험 수익 + 베타 × 시장 프리미엄”이라는 형태로 정리돼요. 즉 기대수익은 오직 하나의 위험, 시장과 함께 흔들리는 정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이 모형의 주장입니다. 여기서 시장이 요구하는 여분의 보상이 위험 프리미엄이고, 이 관계를 그래프로 그린 우상향 직선을 증권시장선(SML)이라고 불러요. 개별 종목의 화려한 변동성 중 분산으로 지울 수 있는 부분은 이 직선 위에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합니다.
논리의 출발점은 강한 가정들이에요. 모든 투자자가 같은 정보를 보고, 같은 방식으로 위험을 회피하며, 원하는 만큼 무위험 수익률로 빌리고 빌려줄 수 있다고 가정합니다. 그러면 모두에게 최적인 위험 자산 묶음이 단 하나로 수렴하는데, 그것이 바로 시가총액 비중대로 담은 시장 포트폴리오입니다. 개인이 할 일은 이 시장 포트폴리오와 무위험 자산을 각자의 위험 성향에 맞춰 섞는 것뿐이라는, 이후 패시브 투자와 인덱스 펀드의 지적 뿌리가 되는 결론이 여기서 나와요.
Reality Test
이 논문 자체는 실증 검사라기보다 이론적 모형이라, 논문 안에는 수익률 통계가 없습니다. 진짜 시험대는 이후 수십 년간 쏟아진 실증 연구들이에요. 그리고 그 결과는 모형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널리 인용되는 정리 중 하나가 Fama·French의 2004년 리뷰(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입니다. 이들은 약 1928–2003년 구간에서 미국 주식을 과거 베타에 따라 10개 포트폴리오로 나눠 총 912개월치 수익을 살펴봤는데, 베타와 실제 수익의 관계가 CAPM이 예측한 직선보다 눈에 띄게 평평했어요. 구체적으로 베타가 가장 낮은 포트폴리오는 CAPM 예측이 연 약 8.3%였지만 실제로는 연 약 11.1%로 더 높았고, 반대로 베타가 가장 높은 포트폴리오는 예측이 연 약 16.8%였지만 실제로는 연 약 13.7%에 그쳤습니다. 즉 저베타는 모형보다 잘하고 고베타는 모형보다 못하는, “직선이 너무 평평한” 현상이 반복해서 나타났어요. 다만 이 수치들은 특정 시장·특정 표본 안에서(in-sample) 측정된, 시장 대용치(미국 상장주식)에 의존한 값이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여기엔 더 근본적인 한계도 있어요. Roll(1977)의 유명한 비판처럼, 부동산·인적 자본까지 포함한 진짜 “시장 전체”는 관측할 수 없기 때문에 CAPM은 원리상 완전히 검증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검증하는 건 언제나 주가지수 같은 대용치일 뿐이에요. 그럼에도 “저베타가 위험 대비 더 낫다”는 패턴 자체는 표본을 바꿔도 잘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Frazzini·Pedersen(2014)은 이 평평함이 미국뿐 아니라 조사한 국제 주식시장 대부분(19개 시장 중 약 18개), 나아가 국채·회사채·선물 시장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난다고 보고했어요. 이 견고한 반복성 덕분에 CAPM의 실패는 데이터 스누핑이나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진지하게 설명해야 할 현상이 되었습니다.
Pain Points
개인에게 CAPM의 가장 실용적인 함의는 “높은 베타를 좇는다고 더 나은 투자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이에요. 위 실증에서 보듯 가장 공격적인 고베타 묶음은 오히려 모형이 약속한 연 약 16.8%에 못 미치는 약 13.7%를 냈습니다. 시장보다 크게 움직이는 종목을 골라 담아 초과수익을 노리는 직관은, 역사적으로 위험 대비로는 잘 보상받지 못했다는 뜻이에요.
이 “평평함”을 뒤집어 이용하려는 시도가 바로 저베타 전략입니다. Frazzini·Pedersen이 만든 롱-숏 BAB(betting-against-beta) 팩터는 저베타 자산을 레버리지로 키워 사고 고베타 자산을 파는 구조인데, 약 1926–2012년 미국 주식에서 샤프지수 약 0.78을 기록했다고 보고됐어요(가치 팩터의 약 두 배, 모멘텀보다 약 40% 높은 수준). 하지만 이름 그대로 이 전략의 핵심은 레버리지입니다. 개인이 저베타 자산을 시장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돈을 빌려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이자·증거금·강제청산 위험이 붙습니다. 논문이 지적하는 시장의 평평함 자체가 “레버리지를 못 쓰는 투자자들이 어쩔 수 없이 고베타로 몰리기 때문”이라는 설명과 맞닿아 있어서, 개인이 이 프리미엄을 백테스트 숫자대로 실현하기는 특히 어려워요.
무엇보다 베타 자체가 다루기 까다로운 도구입니다. 과거로 추정한 베타는 미래에 그대로 유지되지 않고, 추정 구간·시장 대용치·계산 방식에 따라 값이 흔들려요. 앞서 본 Roll의 비판처럼 진짜 시장 포트폴리오를 담을 수도 없고요. 베타는 위험을 이해하는 유용한 개념이지만, 미래 수익을 정밀하게 예측해 주는 다이얼은 아니라는 것이 개인 입장에서의 핵심 pain point입니다.
How It Connects Here
이 사이트가 벤치마크 대비 성과나 알파를 이야기할 때, 그 밑바탕에는 CAPM이 만든 “시장 위험만큼 졌을 때 기대되는 수익”이라는 기준선이 깔려 있어요. 동시에 이 모형이 데이터 앞에서 드러낸 균열은, 크기·가치·모멘텀 같은 추가 팩터 논쟁과 이후 노트들이 다루는 검증의 어려움으로 곧장 이어집니다.
The Verdict
CAPM이 개인에게 주는 가장 실용적인 교훈은 겸손이에요. 피할 수 있는 위험에는 보상이 없으니 무보수 위험을 잔뜩 짊어질 이유가 없고, 고베타를 좇는다고 위험 대비 성과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은 실증으로도 확인됐습니다.
그 결론은 결국 넓게 분산된 시장을 낮은 비용으로 담고 가만히 두라는 단순 보유의 방향과 만나요. 흥미로운 역설은, 모형이 완벽히 맞지 않는다는 실증(평평한 직선)조차 개인에게는 같은 조언으로 수렴한다는 점입니다. 베타를 정교하게 조율하거나 저베타 프리미엄을 레버리지로 짜내려는 시도는 대개 확신보다 비용과 관리 부담을 먼저 늘립니다. 이 모형의 가장 값진 유산은 특정 매매법이 아니라, 위험과 보상을 한 줄로 생각하게 해 준 그 사고틀 자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