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note
단순 1/N의 당혹스러운 힘
복잡한 최적화가 언제나 단순한 동일가중을 이기지는 못합니다.
In Plain Terms
여러 자산에 돈을 나눠 담을 때 각 자산에 얼마씩 넣을지 정하는 일을 자산배분이라고 해요. 교과서가 권하는 방식은 각 자산의 기대수익, 변동성, 상관관계를 추정해서 “수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조합을 계산하는 최적화입니다. 그 반대편 극단에는 아무것도 추정하지 않고 그냥 자산 개수 N으로 똑같이 나누는 1/N, 즉 동일가중이 있어요.
이 논문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정교한 최적화가 정말로 무식해 보이는 1/N을 이길까요? 저자들의 답은 “생각보다 자주 못 이긴다”였어요. 미래를 추정하는 과정에서 끼어드는 오차가, 최적화가 이론적으로 약속하는 이점을 대부분 갉아먹기 때문입니다.
The Strategy
1/N의 규칙은 한 줄로 끝납니다. N개 자산이 있으면 자본을 1/N씩 똑같이 담고, 주기적으로 다시 균형만 맞춰요. 추정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게 핵심입니다. 반대편에는 마코위츠의 평균-분산 최적화가 있습니다. 과거 데이터로 각 자산의 기대수익과 공분산을 추정한 뒤, 위험 대비 수익(샤프지수)을 최대화하는 가중치를 풀어내는 방식이에요.
저자들은 단순 평균-분산 하나만 본 게 아니라, 그 약점을 보완하려는 여러 변형을 모았습니다. 베이지안 축소(shrinkage) 기법, 공매도 금지 같은 제약을 건 버전, 기대수익을 아예 무시하고 위험만 최소화하는 최소분산 방식 등을 합쳐 총 14가지 배분 규칙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이 14가지를 7개의 서로 다른 실증 데이터셋에서 전부 1/N과 겨루게 했습니다.
방법의 핵심은 rolling out-of-sample 검증입니다. 매 시점에서 과거 약 120개월(약 10년)치 데이터만으로 가중치를 추정하고, 그 가중치를 들고 바로 다음 달의 실제 수익을 기록해요. 그다음 창을 한 달씩 밀며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렇게 해야 “과거에 가장 좋아 보였던 조합”이 아니라 “그 규칙을 들고 미래로 나갔을 때 실제로 버티는 성과”를 잴 수 있어요. 투자자가 겪는 현실은 언제나 백테스트 곡선 바깥, 즉 out-of-sample이기 때문입니다.
Reality Test
결과부터 말하면, 7개 데이터셋에 걸쳐 시험한 14가지 최적화 규칙 가운데 어느 것도 샤프지수, 확실성등가수익(CEQ), 회전율이라는 세 기준 모두에서 1/N을 꾸준히 이기지 못했습니다. 각 규칙은 추정 창으로 약 120개월(약 10년)의 과거 데이터를 사용했고, 시험한 데이터셋에는 미국 산업·섹터 포트폴리오뿐 아니라 국제 국가지수 조합도 포함돼 결과가 특정 한 시장의 우연이 아니라는 점을 보였어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In-sample, 즉 과거 데이터 안에서만 놓고 보면 최적화는 언제나 1/N보다 효율적입니다. 그게 최적화의 정의니까요. 문제는 out-of-sample이에요. 기대수익률 하나만 조금 잘못 추정해도 최적화는 그 작은 오차를 크게 확대해서, 특정 자산에 극단적으로 몰아넣거나 공매도하는 불안정한 가중치를 뱉어냅니다. 이 추정오차 손실이 최적화의 이론적 이점을 거의 통째로 상쇄해 버리는 거예요.
가장 인상적인 숫자는 “얼마나 긴 데이터가 있어야 최적화가 이기는가”입니다. 저자들이 미국 주식시장 파라미터에 맞춰 계산한 바로는, 표본 기반 평균-분산 최적화가 1/N을 안정적으로 이기려면 자산 25개짜리 포트폴리오에서 약 3,000개월(약 250년), 50개짜리에서는 약 6,000개월(약 500년)의 추정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이 수치는 특정 시장 조건을 가정한 이론적 계산값이라는 단서가 붙지만, 방향은 분명해요. 현실에서 그만큼 길고 그동안 구조가 변하지 않은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Pain Points
(1) 회전율과 거래비용. 최적화 포트폴리오는 추정값이 갱신될 때마다 가중치가 크게 출렁여 회전율이 구조적으로 높습니다. 논문이 1/N을 이기지 못한 세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이 회전율이었어요. 다시 말해 1/N은 거래비용을 빼기 전에도 최적화와 대등했는데, 실제 매매 비용까지 넣으면 격차는 최적화에 더 불리해집니다. 개인은 기관 수준의 체결·수수료 조건이 없어서 이 간극이 논문보다 더 크게 벌어질 수 있고요.
(2) 추정 자체의 함정. 개인이 스프레드시트로 최적화를 돌리면, 과거 수익률이 높았던 자산에 자연스럽게 큰 비중이 실립니다. 이건 오버피팅과 데이터 스누핑이 자라기 딱 좋은 토양이에요. 화면 속 백테스트 곡선은 아름다운데 실제 미래에서는 재현되지 않는 전형적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앞서 본 약 3,000–6,000개월이라는 요구 데이터 길이는, 사실상 개인이 신뢰할 만한 최적화를 돌릴 재료 자체가 없다는 뜻이기도 해요.
(3) 유지의 어려움. 최소분산이나 리스크 패리티 계열은 “더 안정적”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더 좋은 투자”인지는 별개 질문입니다. 상승장에서 벤치마크 대비 계속 뒤처지는 추적오차가 쌓이고, 그 뒤처짐을 견디다 전략을 중도 이탈하면 낮은 변동성의 장점은 행동적으로 사라져 버려요. 참고로 1/N도 완전히 공짜는 아니어서, 비중을 되돌리는 리밸런싱 과정에서 비용과 세금이 발생합니다. 다만 그 부담이 최적화 계열보다 훨씬 가벼울 뿐이에요.
How It Connects Here
이 노트는 사이트의 모든 전략 글이 통과해야 하는 기준선 역할을 합니다. 시장 균형에서 출발해 견해를 얹는 블랙-리터만 배분법처럼 더 정교한 방식도, 결국 “동일가중을 out-of-sample에서, 비용까지 빼고 정말로 이기는가”라는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돼요.
The Verdict
단순함은 무지가 아니라, 때로는 추정오차를 피하는 방식입니다. 최적화가 1/N을 이기려면 약 250–500년치의 안정적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계산은, 사실상 개인에게는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뜻해요.
Buy and Hold가 강한 이유도 같은 결에 있습니다. 예측을 줄이고, 매매를 줄이고, 실수할 기회를 줄이니까요. 화려한 수식이 언제나 우위인 것은 아니며, 어떤 전략이든 먼저 동일가중이라는 담백한 기준선부터 넘어야 한다는 것이 이 노트가 남기는 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