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note

싼 이익의 힘

이익에 비해 값이 싼 주식이 비싼 주식을 앞섰다는, 효율적 시장에 던진 이른 반론입니다.

1977Valuereadingintermediate
이익수익률의 직관: 이익 대비 싼 쪽에서 나은 성과가 나타나는 경향 (개념 도식).

In Plain Terms

주가가 회사가 버는 이익에 비해 싼지 비싼지를 재는 오래된 잣대가 주가수익비율(P/E)이에요. 이 값이 낮으면, 뒤집어 말해 주가 대비 이익이 큰 것이니 “이익수익률(earnings yield)이 높다”고 표현합니다. 이익 8배에 거래되는 주식은 이익수익률이 약 12.5%인 셈이라, 채권 이자와 견주기 좋은 직관적인 숫자예요.

이 논문은 그렇게 “이익 대비 싼” 주식들이 평균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냈다고 보고합니다. 시장이 공개된 정보를 값에 즉시 반영한다면 누구나 볼 수 있는 P/E만으로 성과 차이가 나서는 안 되겠죠. 그래서 이 결과는 당시의 효율적 시장 가설에 던진 이른 반론이자, 훗날 “가치” 연구의 초석 중 하나가 됩니다.

The Strategy

전략의 뼈대는 단순합니다. 매년 모든 종목을 P/E(또는 그 역수인 이익수익률)로 줄 세운 뒤 다섯 개 집단(분위)으로 쪼갭니다. 가장 싼 최하위 P/E 집단부터 가장 비싼 최상위 집단까지요. 그런 다음 각 집단을 12개월 동안 그대로 들고 있다가, 다시 순위를 매겨 재구성(리밸런싱)하는 과정을 표본 기간 내내 반복합니다. Basu가 주목한 건 개별 종목의 사연이 아니라 이 집단들 사이의 평균 성과 차이였어요.

핵심 질문은 “싼 집단이 정말 앞서는가, 그리고 앞선다면 그것이 단지 더 위험해서인가”였습니다. 그래서 논문은 단순 수익률뿐 아니라 CAPM으로 위험을 조정한 뒤에도 그 차이가 남는지를 함께 따졌습니다. 위험을 감안하고도 싼 집단이 앞선다면, 그건 시장이 P/E에 담긴 정보를 곧바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증거가 되니까요. 논문 제목에 “효율적 시장 가설의 검증”이 붙은 이유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가치 프리미엄이라고 부르는 것의 학문적 출발점 중 하나로 볼 수 있어요.

Reality Test

원 논문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산업 기업 약 1,400개를 모집단으로 두고, 그 가운데 12월 결산에 자료가 온전한 종목(해마다 대략 500–750개)만 추려 대략 1957년–1971년의 14년 구간을 다뤘습니다. 이 안에서 이익 대비 싼(저P/E) 집단이 비싼 집단보다 평균적으로 앞섰고, 결정적으로 그 우위는 CAPM으로 위험을 조정한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싼 집단의 베타가 더 낮은 편이어서, “더 위험해서 더 벌었다”는 해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 논문의 날카로운 지점이었습니다.

같은 방향의 증거는 훨씬 긴 표본에서도 확인됩니다. Damodaran이 Fama–French 데이터로 정리한 바에 따르면, 미국 주식을 P/E로 10개 집단으로 나눠 1952년–2001년을 보면 동일가중 기준으로 가장 싼 집단의 연평균 수익률이 약 24.11%, 가장 비싼 집단이 **약 13.03%**였습니다. 시가총액가중으로 바꾸면 **약 20.85% 대 약 11%**로 간격이 줄지만 방향은 같았어요. 대략 연 9%–10%포인트의 차이인 셈입니다. 구간을 쪼개도 저P/E 우위는 1952–1971년 연 약 10%포인트, 1971–1990년 약 9%포인트, 1991–2001년 약 12%포인트로 꾸준했습니다.

발표 이후의 최신 검증도 방향은 유지됩니다. 한 재현 연구(Lyu, 2023)는 1963년–2022년의 미국 비금융주(약 3,207개 기업, 12만 4,950개 기업-월 관측치)를 저P/E 매수·고P/E 매도의 롱-숏으로 구성했을 때, 동일가중 초과수익이 월 약 0.6%(t값 약 4.58), CAPM 기준 알파월 약 0.7%(t값 약 5.50)로 나타났고 P/E가 낮은 집단에서 높은 집단으로 갈수록 수익이 단조롭게 줄었다고 보고했어요. 국제적으로도 저P/E의 초과수익이 다른 시장에서 관찰된다는 점은 여러 연구가 지적합니다. 다만 이 숫자들은 대부분 특정 표본 안에서(in-sample) 측정된, 거래비용을 빼기 전의 총수익이라는 단서를 계속 붙여 읽어야 합니다.

가치 함정: 싸 보이는 숫자 뒤에서 이익 자체가 무너지는 경우 (개념 도식).

Pain Points

(1) 가치 함정. 싼 데는 이유가 있을 때가 많습니다. Damodaran이 2002년 미국 데이터로 저P/E 업종과 고P/E 업종을 비교한 표를 보면, 저P/E 쪽은 베타가 약 0.61로 낮지만 향후 5년 예상 주당순이익 성장률이 **약 11.61%**로 고P/E 쪽(약 17.01%)보다 낮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약 9.30% 대 약 16.50%**로 뒤졌습니다. 즉 낮은 P/E의 상당 부분은 시장이 낮은 성장과 낮은 수익성을 이미 반영한 결과라는 뜻이에요. 단순히 숫자가 싸다는 이유로 사면 성장은 죽고 값만 계속 싸지는 함정에 갇힐 수 있습니다.

(2) 이익 지표의 취약성. P/E의 분모인 이익은 회계 방식과 일시적 항목에 쉽게 흔들립니다. 게다가 적자 기업은 아예 P/E를 계산할 수 없어요. Damodaran의 집계로는 2002년 10월 표본 7,102개 기업 중 약 3,489개가 직전 회계연도에 적자여서 현재 P/E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표본의 거의 절반(약 49%)이 애초에 이 잣대에서 빠지는 셈이라, 저P/E 규칙은 보이는 것만큼 촘촘하지 않습니다.

(3) 실행 간극과 비용. 논문의 큰 숫자는 대체로 동일가중에서 나옵니다. 앞의 1952–2001년 예에서도 가장 싼 집단의 수익이 동일가중 약 24.11%였다가 시가총액가중으로는 약 20.85%로 내려갔는데, 이는 프리미엄의 상당 부분이 작고 덜 유동적인 소형주에 몰려 있다는 신호예요. 이런 종목은 회전율거래비용이 커서, 기관 수준의 체결 조건이 없는 개인에게는 총수익과 순수익의 간극이 벌어지기 쉽습니다.

(4) 뒤처지는 구간과 재현 실패. 저P/E 우위는 무한히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여러 해 시장에 뒤처지는 최대낙폭 구간을 견뎌야 합니다. 실제로 한 후속 연구(Criddle, 2013)는 2003년–2012년 미국 데이터에서 저P/E의 우위를 재현하지 못했습니다. 옛 표본에서 잘 통한 규칙이 이후에도 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 즉 데이터 스누핑과최적화의 위험이 여기에도 깔려 있습니다.

How It Connects Here

이 논문은 이 사이트가 다루는 “가치”의 가장 이른 발자국 중 하나이고, 이후 Fama–French의 가치 프리미엄 연구와 Lakonishok 등의 심리 해석이 이 직관을 정식 모형으로 확장했습니다. 상식적으로 그럴듯한 규칙이라고 해서 개인의 실행이 쉬운 것은 아니라는 이 사이트의 태도가 여기서도 이어져요.

The Verdict

이익 대비 싼 주식의 우위는 가치투자의 중요한 초기 증거이고, 긴 표본과 다른 시장에서도 대체로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단순해 보이는 규칙이 곧 쉬운 수익은 아니에요. 논문의 숫자에는 특정 표본, 거래비용 이전, 소형주에 쏠린 프리미엄이라는 단서가 겹겹이 붙어 있고, 2003–2012년처럼 규칙이 재현되지 않은 구간도 있습니다.

개인의 손에 들어오면 가치 함정, 이익 지표의 취약성, 회전율 비용, 그리고 싼 주식이 더 싸지는 구간을 몇 해씩 견뎌야 하는 인내가 그 프리미엄을 갉아먹습니다. 그 인내가 Buy and Hold보다 정말로 쉬운지가 이 노트가 남기는 진짜 질문입니다.